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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 비, 잘 쏟아진다. 소낙비이렸다. 천둥도 치고 번개도 번쩍이고, 바람도 불고. 한바탕 이 소낙비로, 폭염도 언제 그랬냐는듯 씻어져 내렸으면… #소낙비 2024. 8. 14.
노인과 블루투스 키보드 시원하던 가라산공원도 이즈음의 폭염 더위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아침부터 땀이 줄줄 흐른다. 그 무더위 속에 나는 한 노인분을 붙들고 앉아 한참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 팔순의 양 장로님은 글을 잘 쓰신다. 원래 좋은 글솜씨에 뒤늦게 남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를 발하고 있는, 그런 글쓰는 재미에 빠져서 동기 친구분들에게 정기적으로 쓰신 글을 보내주고 있다. 그런데 장로님은 집 컴퓨터 앞에서만 글을 쓸 수가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쓴 글을 블로그에 담아, 그것을 카톡으로 보내주고 있는 게 장로님의 글쓰기 프로세싱이다. 나는 평소에 그게 보기에 좀 답답했다. 그래서 나는 장로님이 집 컴퓨터가 아닌, 언제 어디서도 글을 쓸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떠올렸다. 이 키.. 2024. 8. 14.
국회도서관 ‘회랑 갤러리’ 국회도서관에 갤러리가 있다. 도서관 건물 안 특정한 공간에 마련된 갤러리가 아니고, 도서관 복도에 걸려있는 그림들의 집합체적인 의미의 갤러리인데, 그래서 ‘회랑 갤러리’인 것이다. 도서관의 ‘회랑 갤러리’에는 2층 사회과학열람실을 중심으로, 휴게실 공간을 포함하는 라운드 형의 복도 벽에 그림들이 걸려있다. 나는 여기에 이런 이름으로 갤러리가 있다는 걸 안지는 얼마 안 된다. 물론 예전부터 ‘회랑 갤러리’는 이 자리에 있었고, 도서관을 드나든지 10년을 넘긴 나도 복도에 그림들이 걸려있는 것을 알기는 알았지만, 그게 ‘회랑 갤러리’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점심을 지하식당에서 먹고 배도 꺼줄 겸 산보삼아 복도를 몇 바퀴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그림들을 보다가, 여기가 ‘회랑 갤러리’라는 걸 알게된 건 얼마 되.. 2024. 8. 13.
김외련 작가의 ‘마산 나들이,’ 그리고 이어지는 인연들 아침에 고향 마산에 관한 글 한편을 접하고, 인연이란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글은 김외련 작가라는, 나보다 위인 마산 출생의 음식연구가 겸 칼럼니스트가 쓴 것으로, 글이 쉽고 깔끔해 눈과 머리에 쏙 들어온다. 나 또한 마산에 관한 글을 나름으로 쓴 게 더러 있지만,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이 더러 있기에 재미있고 유익한 느낌으로 읽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어가는데, 나에겐 좀 익숙한 한 분의 이름이 나오고 있었다. 김형국이라는, 나의 학교 대선배이다. 이 선배가 왜 거론될까를 눈여겨 봤더니, 어라, 김형국 선배가 글을 쓴 김외련 작가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김형국 선배랑은 그리 친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때 책 출판과 관련해 자주 만나 귀한 얘기를 듣고 했었기에 남다른 존경감을 갖.. 2024. 8. 12.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 마누라가 걱정이 태산이다. 아내보다는 덜하지만 나 또한 그렇다. 아파트 승강기 교체공사가 시작되면 11층까지 걸어 오르내릴 일 때문이다. 이 공사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우리 집은 반대를 했었다. 멀쩡한 승강기를 왜 교체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에 더해 우리 집 내외를 포함해 나이먹은 사람들이 공사 중에 겪을 불편함 때문이었다. 우리 집 말고도 - 내가주변에 물어본 바에 따르면 - 꽤 많은 가구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찬성 쪽으로 결론을 내고 아파트 동별로 순차적인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승강기 교체를 하면 도대체 어떤 승강기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 것보다 크고 넓으면 좋을 것이지만, 한계는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지 30년이 다 된 것으로, 지을 적에 승강기.. 2024. 8. 9.
2000년 전 사도 바울이 지중해서 만났던 태풍, ‘유라굴로,’ 혹은 ‘northeaster’ 가라산 공원에서 만나는 어르신들 가운데 장로님이 한 분 계신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폭염에 모두들 더워하는 와중에 나에게 “아, 유라굴로라도 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라굴로? 그 게 뭐냐고 내가 물었다. 장로님은 싱긋이 웃으시며, 아니 영어성경 쓰기를 하면서 을 끝냈다고 하더니 유라굴로를 모르시오?라고 반문했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모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충청도 공주 출신인 장로님이 느릿느릿한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로 “아, 거시기 사도 바울이 로마로 배를 타고 호송돼 갈 적에 만났던 그 무시무시한 태풍있잖어유, 그게 유라굴로 아니요? 거시기 영어성경에도 나오는데…” 나는 우리 대화를 듣고 계신 여러 어르신들을 보면서 갑자기 무안해졌다. 영어성경 쓰기 하는 걸 내가 몇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러.. 2024. 8. 5.